이 영화 <양들의 침묵>을 처음 봤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직 철이 덜 든 때이기도 하고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에 대한 격렬한 편견까지 갖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리 없었죠. 자, 앤서니 홉킨스는 이 영화의 114분의 러닝타임 중 20여 분에 출연합니다. 이렇게 적은 출연 분량으로도 훌륭한 아우라를 선보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히 남우조연상이 아닌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것입니다. 그렇게 어이없이 첫 관람을 한 뒤 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원작 소설을 사서 읽었어요. 읽으면서 영화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보고 아, 그 장면에서 이랬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겨우 이해하게 됐죠. 원작 소설을 여러 번 다시 읽고 영화를 보니 전율 그 자체였어요. 바로 제 인생의 영화가 된 것은 당연한 순서였어요. 이 영화 <양들의 침묵>은 단순히 한니발 렉터 박사와 클라리스가 쫓던 범인의 잔인함만을 다룬 영화가 아니었어요.
먼저 <양들의 침묵>은 한니발 렉터 박사와 클라리스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압권이에요. 비대한 여성들만 골라 피부를 잘라내는 엽기적인 사건, 이른바 버팔로빌 사건으로 FBI가 골머리를 앓고 있을 즈음, 이성을 가진 살인자의 심리를 파헤치기 위해 신참 FBI요원 클라리스가 한니발 렉터 박사에게 보내집니다. 그는 의사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그 재능을 가지고 인육을 먹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함께 갖고 있어 결국 수차례 경비를 거쳐 들어가는 깊은 지하 정신병동에 평생 가두어야 하는 신세였습니다. 매력적이지만 시골에서 온 그녀를 렉터 박사는 아예 무시해요. 하지만 클라리스도 그에 못지않은 언변과 지식을 보여주면서 어떻게든 렉터 박사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합니다. 사실 버팔로 빌딩의 범인은 렉터 박사가 이전에 진료하고 있던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다 아는 렉터 박사는 한 번에 주지 않고 화나게 하나씩 단서를 클라리스에게 던져요.
그러던 중 또 한 번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렉터 박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던 FBI는 클라리스를 몰래 압박합니다.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으며 범인의 실루엣에 다가가던 클라리스. 시의원의 딸이 행방불명이 되어, 수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게 됩니다. 아니, 급류를 탔다기보다는 FBI의 눈렉터 박사를 어떻게 해서든 삶아 범인을 빨리 검거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클라리스에게 이미 마음을 연 렉터 박사는 클라리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협력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감시하던 경찰관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유히 갇혀있던 장소를 빠져나갑니다. 시의원의 딸이 실종된 뒤 수사에서 제외된 클라리스는 홀로렉터 박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범인에게 접근합니다.
양들의 침묵의 공포는 이제부터입니다. FBI가 다른 집에서 헛걸음을 하는 동안 클라리스는 정확하게 범인 집의 초인종을 눌렀어요. 교차편집을 통해 막힌 FBI의 허상과 클라리스의 총명함을 대비시킨 이 장면은 아무래도 명장면이었습니다. 아카데미상이 이 영화에 왜 편집상을 주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FBI가 어깨너머를 하고 클라리스의 상관 스콧이 겨우 클라리스를 떠올리며 그녀를 걱정하기 시작한 순간 클라리스는 그가 범인임을 직감합니다. 그 사이 껍질이 벗겨진 시체에서 나온 나방들이 그의 집을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곧 집 안의 어둠 깊숙이 사라집니다. 민첩하게 범인을 따라 지하실로 들어간 클라리스 범인은 지하실의 전원을 내려버립니다. 어둠으로 변한 지하실에서 시의원 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클라리스는 그저 감각만으로 지하실을 떠돌고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적외선 카메라로 클라리스를 비웃으며 지켜보는 범인의 모습.
영화 <양들의 침묵>은 시종일관 쓸쓸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웃는 모습도 거의 없습니다. 계속 분위기가 이러니 긴장해서 볼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이자 소재로 등장하는 나방들도 그리 기분 좋은 곤충은 아니니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분위기를 이끌며 보는 이를 숨죽이는 조너선 도미 감독의 연출력도 놀랍지만, 영화를 끝까지 쓰러뜨리지 않고 끌고 가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명연기도 눈부십니다. 영화 피고인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3년 만에 다시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았던 그녀. 최근 영화 <모리터리안>에서는 <양들의 침묵>에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나이 든 느낌이 뚜렷해요. 또 이름만 대면 렉터 박사가 떠오를 정도로 양들의 침묵으로 사건의 열쇠를 쥐고 흔든 배우 앤서니 홉킨스. 그가 없었다면 렉터 박사는 아무도 연기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영화도 제작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3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초, 영화 '파더'로 다시 한 번 아카데미는 그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수여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남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을 어린 시절 보고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하지만요. 앞에서도말씀드린것처럼나방은애벌레에서번데기로,그리고성충으로변화하고이런사람들의심리를대변하는중요매체로등장합니다.더럽게시리,왜나방을키울까라는생각으로이영화에잠시작위성이라는단점을무리하게만들어주고싶었는데,이단점(?)마저무리하게느껴질수없을정도로나방은이영화에서잠시작위성이라는단점을잘라잘라못자리고싶었습니다. 나방을비롯해서이영화속에등장하는모든소재와소품들은하나하나하나의미가부여되고있어서어디선가그의미를빛내고있죠?각색도훌륭하지만저는이영화를보게된다면원작소설도함께읽어보는것을추천합니다. 러닝 타임의 압박 때문에 생략된 부분이 소설에서는 자세히 나와 있으니까요. 비록 많은 부분이 생략됐다 하더라도 영화 양들의 침묵은 각 교과서로 써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꽤 많은 영화들이 재개봉 바람을 타고 다시 스크린에 나왔는데 왜 이 영화는 아직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아쉽네요. 판권을 가진 회사가 어딘지 모르지만, 꼭 한번 다시 공개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포스팅 정비에 관한 제 인생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강추는 기본이랍니다!
오랜만에 PS 연출을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 <양들의 침묵>을 꼭 보세요. 제 인생의 영화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각색을 더 훌륭하게 영상으로 만든 교과서 같은 영화니까요. <필라델피아>와 <양들의 침묵>, 이 두 영화 말고 다른 영화가 생각나지 않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입니다.;;